화려하지 않아도, 가장 편한 데이트 동네
2024.08
왕십리는 SNS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동네는 아니다. 성수처럼 트렌드를 소비하는 거리도 아니고, 한남동처럼 쇼룸이 늘어선 곳도 아니다. 대신 왕십리는 서울에서 보기 드문 '기능적인 상권'이다. 맛집과 쇼핑, 영화관, 술집이 한곳에 밀집해 있어 "오늘 뭐 하지?"를 고민할 필요가 없는 동네다.
무엇보다 접근성이 뛰어나다. 2호선·5호선·경의중앙선·수인분당선이 모두 만나는 서울 동부 최대 환승역이라 어디에서 출발하든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다. 실제로 약속 장소로 왕십리가 자주 선택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데이트는 스시도쿠에서 시작한다. 왕십리를 대표하는 맛집답게 식사의 만족도가 높고,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CGV에서 영화를 보거나 엔터식스를 천천히 둘러본다. 쇼핑과 영화관, 카페가 한 건물 안에서 해결되기 때문에 날씨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비가 오는 날이나 한여름, 한겨울에도 코스를 크게 바꿀 필요가 없다.
저녁이 되면 왕십리의 진짜 매력이 시작된다. 역 뒤편 먹자골목에는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식당부터 새로운 술집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모여 있다. 젤온에서 가볍게 한잔을 시작하고, 얼큰한 국물이 생각난다면 더놈에서 저녁을 이어가도 좋다.
하루의 마지막은 더클래식이다. 시끄러운 펍과 달리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정통 바에서 칵테일 한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면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바뀐다. 먹자골목 한복판에서도 이런 공간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왕십리의 의외의 매력이다.
10년 넘게 왕십리에 살면서 느낀 점은 하나다. 이 동네는 관광객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서울 사람이 가장 편하게 데이트하는 동네라는 것. 특별한 이벤트는 없어도 실패할 확률이 낮고, 누구와 와도 무난하게 만족할 수 있다. 화려함보다 실속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왕십리는 생각보다 훨씬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