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만 즐길 수 있는 호사, 광어회 들고 떠나는 한강 피크닉
2026.10
가을이 되면 한강에서 피크닉을 즐기기 좋은 날이 찾아온다. 한여름처럼 음식이 상할까 걱정할 필요도 덜하고, 선선한 바람 덕분에 오랫동안 야외에 앉아 있기에도 부담이 없다. 특히 날씨가 서늘해지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음식이 있는데, 바로 회다. 이번에는 조금 색다르게, 수산시장에서 갓 떠온 광어회와 한강라면을 함께 먹는 피크닉을 준비했다.
보통 한강 피크닉이라고 하면 여의도나 반포, 뚝섬을 먼저 떠올리지만, 이번 코스의 목적지는 마포구의 평화의공원과 난지한강공원이다. 두 공원은 서울월드컵경기장과 한강 사이에 자리한 월드컵공원 일대에 속한다. 과거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지역이 생태공원으로 바뀌면서 만들어진 공간으로, 오늘날에는 넓은 잔디밭과 산책로, 수변 공간이 이어지는 서울의 대표적인 녹지축 중 하나가 되었다. 지금은 나무와 풀이 무성한 공원이지만, 이 풍경이 도시의 환경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번 코스가 특히 좋은 이유는 수산시장과 공원, 한강이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월드컵경기장역에서 내려 마포농수산물시장으로 향하면 신선한 활어를 직접 고르고 그 자리에서 회로 손질해 포장할 수 있다. 일반적인 피크닉처럼 미리 도시락을 준비하거나 배달 음식을 기다릴 필요 없이, 시장에서 먹고 싶은 해산물을 골라 곧바로 공원으로 향하는 방식이다. 회를 좋아하는 커플이라면 이 과정 자체가 꽤 재미있는 데이트가 된다.
시장을 나오면 바로 맞은편에 평화의공원이 펼쳐진다. 넓은 잔디밭과 연못, 나무가 우거진 산책로가 있어 가을 풍경을 즐기며 걷기에 좋다. 특히 이 공원은 피크닉을 목적으로 방문해도 충분할 만큼 공간이 넓고, 산책할 수 있는 길도 다양하다. 실제로 주말에 방문했는데도 사람들이 한곳에 밀집되어 있다는 느낌이 적었다.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과 넓게 펼쳐진 잔디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적당한 자리를 골라 돗자리를 펴고 쉬어가기에도 좋다.
그런데 여기서 피크닉을 마무리하기엔 조금 아쉽다. 평화의공원에서 연결된 보행교를 건너 10분 정도 더 걸으면 난지한강공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도심의 공원에서 한강변으로 풍경이 바뀌는 짧은 산책길인데, 이번 코스에서는 이 이동이 꽤 중요한 부분이다. 평화의공원이 나무와 잔디밭을 중심으로 가을의 분위기를 즐기는 곳이라면, 난지한강공원은 탁 트인 강과 하늘을 바라보며 조금 더 여유롭게 머무는 공간에 가깝다. 서로 다른 두 공원을 한 번의 피크닉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동선의 가장 큰 장점이다.
난지한강공원에 도착하면 이제 본격적인 피크닉을 시작한다. 편의점에서 한강라면을 끓여 오고, 시장에서 포장해 온 광어회를 꺼낸다. 사실 회와 라면은 조금 낯선 조합처럼 들리지만,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먹는 신선한 회에 따뜻한 라면 국물이 더해지니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 맥주 한 캔까지 곁들이면 굳이 비싼 식당에 가지 않아도 꽤 만족스러운 한 끼가 된다. 무엇보다 실내 횟집이 아니라 한강을 바라보며 회를 먹는다는 점이 이 피크닉을 특별하게 만든다.
난지한강공원 역시 다른 유명 한강공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면서도 넓은 공간 덕분에 한적하게 머무르기 좋았고, 돗자리에 앉아 강을 바라보거나 주변을 산책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오후 늦게 햇빛이 낮아지고 하늘이 조금씩 붉어질 무렵에는 굳이 다른 장소로 이동하지 않아도 하루가 충분히 채워진 기분이 든다.
이번 코스는 장소만 보면 수산시장과 공원 두 곳이 전부다. 하지만 실제로는 시장에서 장을 보고, 가을 공원을 산책하고, 한강에서 직접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여러 경험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피크닉의 즐거움은 좋은 장소를 찾는 것뿐 아니라, 그곳에서 무엇을 먹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에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코스다.
특히 회를 포장해 야외에서 먹기 좋은 선선한 계절이라면 더욱 추천한다. 복잡한 한강공원 대신 넓은 잔디와 가을 산책길, 한적한 강변까지 함께 즐기고 싶다면 월드컵경기장역에서 시작하는 이 동선을 기억해 두어도 좋겠다.